강원도 양양 보름살이 - 16일차
날이 맑아 정신없이 일을 마치고 반차를 쓴 뒤 낙산사로 갔다. 여행 막바지에도 아직 채우지 못한 목록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물론 사찰은 채우기보단 비우기 위해 가는 곳이지만, 담지 않을 거라면 비우는 의미가덜할 것이다. 돌담을 따라 한동안 조용히 걷다가 출출해져 입구 쪽에 위치한 찻집에서 <연꿀빵>을 샀다. 비우는 것과 채우는 것의 편안한 균형을 즐기고 있었는데 시야 안으로 여러 마리의 고양이가 들어왔다. 찻집에서 키우는 것으로 추정되는 고양이들은 햇빛을 따라 처마 밑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고,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니 생각보다 몸집이 컸다. 기분 좋은 눈 맞춤을 끝으로 우리는 절을 나왔다.
다음 목적지는 속초 해수욕장 옆에 새로 개장한 대관람차 <속초 아이>다. 평일이라 사람이 적은 공간을 놀이기구에 대한 설렘이 바람을 타고 날아와 한아름 채웠다. 분명 올여름엔 사람과 인내로 가득 찰 터였다.
내부에 구성된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하여 두어 곡 들으니 한 바퀴를 지나 처음으로 돌아왔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시원한 풍경이었지만 다소 짧아서 아쉬웠다. 요금은 오르는데 대가가 줄어드는 것 같아 서러울 따름이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쉬웠기에 시내에 있는 <속초 엑스포 타워>로 자리를 옮겼다. 타워를 오르는 엘리베이터에서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는데 방송에 따르면 이 타워는 1999년에 개최된 강원 국제 관광 엑스포의 일환으로 세워진 구조물이라 했다. 15층 정상에서 바라보니 지난 여정이 한눈에 들어왔다. 해가 산을 넘을 때까지 여유롭게 창밖을 바라보다 배가 고파 맥도날드로 향했다. 올해 마지막 맥도날드라 다짐하며 차를 몰았는데 기억하기론 첫 드라이브 스루이다. 생각보다 많이 편했기에 익숙해지면 위험할 것 같다.
숙소로 돌아와 오늘의 메뉴인 <쿼터파운더 치즈버거 세트>를 펼쳤는데 매혹적인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비록 목록을 전부 채우진 못하였지만 이제 떠날 준비는 충분히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