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강원도
강원도 양양 보름살이 - 19일차
가별
2022. 4. 2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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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엔 쉬이 잠에 들지 못했다. 배가 너무 부르기도 했고, 집에 간다는 아쉬움과 알기 힘든 설렘이 뒤섞여 머리를 가득 채웠다. 아쉬움이야 당연하지만 이 설렘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을 이어가다 문득 잊고 지낸 감정을 떠올렸다. 본격적으로 사회에 뛰어들기 전, 종종 다녀온 장기 여행의 막바지에 느꼈던 기분으로, 집에 대한 그리움과 여행에서의 만족감이 교차하는 상태이다. 비록 날씨가 좋지 못한 날이 많았고 여행이라기보단 장소를 바꾼 재택근무였지만, 이번 여정도 충분히 좋았다. 무엇보다 돌아가는 길이 혼자가 아니라 아내와 함께라 더욱 풍요롭다. 지난번 서점에서 꿈꾸었던 여행하는 노년의 삶 또한 돌아갈 곳이 있음에 아름다울 수 있을 테다.
어제부터 이어진 비로 바다와 이어지는 하천이 제법 불었다. 당분간은 마주하지 못할 광경이라는 생각에 시선을 천천히 돌리다 나무 위에 걸린 연에서 잠시 멈추었다. 마치 배웅하듯 꼬리를 흔드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비를 맞으면서도 자리를 지키는 연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마친 후, 빗소리를 들으며 힘차게 출발했다. 가는 길에 양가 부모님께 드릴 닭강정을 살 예정이다.
집에 돌아오니 모든 것이 낯선 듯, 익숙했다. 체형에 맞게 조절된 의자와 책상부터 수도의 수압과 온수의 온도까지 우리의 일상이 곳곳에 녹아있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과 지금은 무엇이 바뀌었을지 이야기하며, 우리는 번갈아 체중계 위에 올랐다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집이 주는 편안함에 긴장이 풀렸나 보다. 역시 집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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