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갑자기 핸드폰의 무선 충전이 잘 되지 않아 서비스 센터를 방문했다. 무선 충전뿐만 아니라 삼성 페이까지 먹통이라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통화로 방문을 예약하며 메인보드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전에 부품을 예약했는데, 이마저도 새 부품이 아닌 리퍼(Refurbishment : 재정비, 초기 불량품이나 환불된 개봉품을 신상품 수준으로 정비하여 다시 내놓는 것) 부품밖에 없다고 했다. 출시 3년밖에 안 된 플래그쉽 모델의 새 부품이 하나도 없다니... 너무 자주 고장이 나서 부품이 없거나 일부로 관리를 하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검색을 해보니 나와 동일한 증상을 겪은 소비자가 꽤나 많이 보였다.
예약 날, 아침 일찍 집을 나서 방문한 서비스 센터의 고객 응대는 실망스러웠는데, 만족스러웠던 콜센터의 응대와 대비되어 더욱 실망이 컸는지도 모른다. 툭툭 내뱉는, 수리 기사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매우 속이 상했다. 적지 않은 금액을 주고 구입한 제품이 망가진 것만으로도 속상한 상황에다 그조차 리퍼 부품(리퍼 부품이어도 매우 비쌌다.)밖에 없음에도 수리 기사의 잘못이 아님을 알기에 예의를 갖추었지만 돌아오는 건 귀찮다는 듯한 대답이었다. 물론 한 두 푼이 아닌 수리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서 곱게 바라볼 순 없겠지만, 살면서 서비스 만족도에 8점 아래를 준 적이 없는 나로서도 당시의 응대는 기분이 무척 나빴다. 이런 상황에서 문득 삼성 제품을 계속 써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이어졌다.
어차피 메인보드를 갈면 핸드폰이 초기화되어 백업부터 복원까지 할 게 많다. 조금만 보태면 중고폰을 살 수 있는 수리비용을 내면서까지 삼성폰을 고수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면서 일상 속, 핸드폰의 용도를 곱씹어보니 폰에 대한 의존도가 정말이지 높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이렇게 의존하고 있는데 회사에서 작업하는 플랫폼(애플)까지 엮이면 돌이키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성폰은 아니더라도 아이폰만큼은 삶에 침투하게 두고 싶지 않다.
수리는 대략 3시간이 소요되어 점심시간을 활용해 방문했다. 리퍼부품이기에 보장 기간은 1년뿐이란 답변을 듣고 새 핸드폰의 효용에 대해 고민했다. 요즘 핸드폰의 내용 연수 길어봐야 3~4년이구나. 비싼 금액을 내고 새 핸드폰을 사기보단, 1년 뒤 반값 아래로 떨어지는 제품을 구입하여 2~3년 쓰는 게 더욱 이득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핸드폰은 그저 기분 내려는 용도, 그 이상은 없게 느껴진다.
수리된 핸드폰을 켜니 마치 새 핸드폰이 동작하는 듯했다. 수많은 설정을 하나씩 해가며 잊고 지낸 핸드폰의 기능을 찬찬히 살핌으로써, 핸드폰을 더욱 유용하게 활용하는 계기로 삼았다. 특히 갤럭시 워치의 운동 권장 알림은 종일 앉아 있는 사무직에겐 필수 기능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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