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영화를 보겠다고 결심한 것도 아닌데 이날 또한 영화를 보기로 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부분은 극장에서 본다는 점이다. 코로나 이후 극장 방문이 극도로 줄었기도 하거니와 강원도에서의 첫 영화관 방문이 될 예정이었기에 퇴근 전까지 몹시도 기대가 됐다. 평소 동네에 있는 브랜드의 영화관이 아니어서 매표소에서 영화표를 끊어야 했는데,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영화표는 일 인당 만 원이었고 달리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수단도 없었다. 정말 모든 면에서 가격이 올랐지만, 영화관에서 최신 영화를 단독으로 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이날의 영화는 <배트맨>. 액션은 역시 영화관에서 보아야 제맛이다. 영화 전 살며시 줄어드는 조명과 몸이 떨릴 정도의 큰 사운드가 몰입을 돕는다. 본 영화를 보기 전에는 배트맨 역을 맡은 배우(로버트 패틴슨)로부터 트와일라잇의 허여멀건 뱀파이어가 떠올라 역할 고유의 어두운 느낌을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하였으나, 이는 군걱정이었다. 세 시간이나 되는 상영 시간을 알맞은 호흡으로 잘 이끌어낸 연출이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역시나 DC코믹스를 책임지는 소년가장, 배트맨의 화려한 귀환이다.
기분 좋게 영화를 보고는 시내에 유일한 맥도날드(DT)로 향했다. 오늘이야말로 연평균 1-2회로 제한한 맥도날드 방문에 적합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금욕주의자는 아니지만 삶에서의 균형을 갈구하는 입장에서 약 20년 전부터 맥도날드의 출입을 줄였는데, 긴 호흡으로 진행한 실험은 나름 성공적이었다. 어린 시절, 낯선 타지에서 처음 마주했던 맥도날드에 빠져 소아 비만에 걸렸고, 이후 건강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에게 자극적인 음식의 상징이었던 맥도날드를 경계함으로써 식습관을 반성하고자 했다. 물론 처음엔 이를 지키기 쉽지 않았으나 대략 10년 정도 지방에서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멀어졌고, 지금까지도 길을 걷다 맥도날드의 그 매력적인 냄새를 맡으면 식습관이 괜찮은지 되돌아보곤 한다.
이날까지도 1955 버거를 먹어본 적이 없으나, 1955 버거 대신 아내의 권유로 신메뉴인 케이준 치즈 맥치킨을 주문했다. 케이준 소스는 다소 매콤하였지만 맥도날드 치즈 특유의 고소함이 잘 감싸주었고, 맥도날드의 감자튀김은 여전히 훌륭했다. 다만, 치킨 패티가 맥너겟과 맛이 비슷했던 점이 유일하게 아쉬웠다. 그럼에도 전 세계 언제 어디서든 이토록 매력적인 메뉴를 먹을 수 있다는 건 마치 보험에 든 것과 같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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