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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강원도

강원도 양양 보름살이 - 4일차

by 가별 2022.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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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처럼 정시보다 조금 일찍 출근 도장을 찍었다. 이는 나름대로 정시 퇴근을 위한 빌드업이다. 재직 중인 회사는 출퇴근 시간에 다소 자율성이 있어 조금 늦게 출근하여도 별로 문제가 되진 않지만, 입사 후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가장 먼저 출근을 해왔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항상 가장 먼저 출근한 것은 아니었는데, 아침에 소파에서 주무시는(퇴근은 하셨을까) 분께서 퇴사하신 뒤로는 늘 가장 먼저 출근을 한다. 조금 이르게 출근하여 차분한 상태에서 업무 시간을 맞으면 일의 능률도 오르고 급하게 일을 처리하지 않아도 되어 머리도 덜 어지럽기 때문이다. 오늘도 제때 퇴근할 수 있기를 바라며 업무를 시작한다.


어제부터 날이 개어 하늘이 맑다. 하나둘씩 동네 어르신들께서는 마을 내 정자에 모이셨고, 오전 내내 자리를 지키시며 담소를 나누셨다. 약속을 하고 모이셨을지, 어떤 주제로 말씀을 나누실지 궁금해하다 문득 나의 노년기를 그려보았다. 어떤 삶을 살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맑은 날씨를 기념하여 점심시간을 빌어 아내와 함께 바닷가 근처의 카페로 갔다. 역시나 금액이 비쌌지만 피자와 파운드케이크의 맛이 훌륭했다. 카페에서 일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보았지만 여러 소음으로 인해 집중이 잘 안 될 것 같아 숙소로 돌아와 업무를 이어 진행했다.


아슬하게 정시 퇴근을 마치고, 집 앞 분식집에서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했다. 김밥과 어묵 그리고 모둠 튀김. 손주를 돌봐야 하셔서 하루에 여섯 시간만 영업하신다는 사장님의 손맛이 무척이나 훌륭했기에 우리는 남김없이 먹어치운 뒤, 모처럼 날씨가 좋아 긴 산책을 나섰다. 해변을 따라 걸으며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해변 끝에 위치한 제빵점에서 내일 아침 먹을 빵을 골라 돌아왔다. 여행을 통해 그리웠던 시간을 만날 수 있었다.

달무리를 보니 내일은 다시 비가 내릴 것 같다.

대략 반나절 가량의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빵을 몇 조각 집어먹은 뒤 디즈니 플러스를 켰다. 오늘의 선택은 <심슨 시리즈>로 시즌이 32까지 있어 놀랐다. 아내를 만나기 전, 시즌 28 정도를 보았던 때가 떠올랐는데, 외롭고 걱정이 많던 시기였다. 지금은 그때보다 웃음과 대출이 많아졌으니 이만하면 괜찮은 거래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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