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금요일. 밤새 부슬비가 내리다 오전 중에 그쳤다. 일기예보에서는 강원 북부 산지에 대설경보가 발효 중이라 알렸고, 내일 새벽엔 눈이 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검색해보니 대설특보에는 대설주의보와 대설경보가 있는데 대설주의보는 하루에 눈이 새롭게 5cm 이상 쌓일 때 발효되고, 대설경보는 20cm 이상 혹은 산지일 경우 30cm 이상 새로이 쌓일 때 발효된다고 한다. 눈이 하루 만에 30cm가 쌓인다니, 같은 한국이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이다. 부디 해당 지역에 별일 없기를 바란다.
코로나 이후로는 이번처럼 일주일 이상 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지만, 이전에는 종종 장기여행을 다녔다. 대부분 직장이 없을 때였는데, 나름 장기여행을 다녀본 경험을 빌어 소소한 팁을 전하자면 손톱깎이는 필수이다. 별로 공간도 차지하지 않고, 일상에서 크게 소중함을 못 느낄 수 있으나 막상 없으면 무척이나 불편하다. 함께 여행을 다녀도 면도기를 챙기지 않는 친구는 못 봤으나, 손톱깎이를 챙기는 친구는 드물었는데 그런 친구를 보면 자기 관리에 철저하거나 여행을 좀 다녀봤을 거라 추측하곤 했다.
최근에 면도를 하다 오랜만에 상처가 났다. 아무렇지 않은 듯이 크림을 발랐고, 반나절이 채 지나지 않아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매일의 일과 가운데 설거지 또한 비슷하여 가끔 그릇이 깨지더라도 무덤덤하게 처리하고 넘긴다. 이제는 인생이라는 장기여행에서도 관록이 제법 쌓였나 보다. 매일같이 설거지를 하다 보면 이따금 부모님 생각이 들면서, 난 이제야 고작 수천 번 했을 뿐인 설거지를 수만 번 하셨을 생각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덧붙여, 우리 부부의 설거지 방식은 서로 달라서, 나는 설거지를 할 때에 세제를 적게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대신 수세미로 박박 문지르는 데 비해, 아내는 확실하게 세제를 사용한다. 어떤 흐름이든 때를 벗겨내는 각자만의 사랑 표현이다.
늘 사용하던 탁상달력까지 챙길 수 없어 컴퓨터 달력을 사용하려 했는데, 숙소 한쪽 벽면에 시기가 지난 2월 달력이 걸려있었다. 다행히 이번 2월은 28일까지만 있어 2월과 3월의 요일이 정확히 똑같았기에 큰 불편함은 없지만, 2월은 언제나 아쉬움이 묻어나는 달이다. 몇몇 인물의 선택이 쌓여 홀로 안타깝게 28일 혹은 29일은 갖는, 고작 하루 이틀 차이지만 다른 달보다 기간이 절반밖에 되지 않는 느낌의 달이다. 이번에도 2월은 빠르게 지나가서(코로나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겨우 지난 달이지만 별 기억이 없다. 사실 이번 주도, 오늘도 잘 기억이 나질 않기에 이렇게 글을 적으며 기록 중이다.
오후 회의를 앞두고 잠시 창밖을 보는데 아이들이 하교하고 있었다. 어느 때부턴가(특히, 출근한 이후부터) 너무도 짧은 하루를 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 후에 아내와 함께 시간을 온전히 느끼며 산책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내여행 > 강원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원도 양양 보름살이 - 8일차 (4) | 2022.04.10 |
---|---|
강원도 양양 보름살이 - 7일차 (4) | 2022.04.09 |
강원도 양양 보름살이 - 5일차 (2) | 2022.04.02 |
강원도 양양 보름살이 - 4일차 (4) | 2022.04.01 |
강원도 양양 보름살이 - 3일차 (3) | 2022.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