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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강원도

강원도 양양 보름살이 - 8일차

by 가별 2022.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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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도착한 지도 벌써 일주일. 시간이 참으로 빠르게 흐른다. 오늘 아침에는 동네에 있는 성당에 다녀왔는데 거리두기로 인해서 지하 강당까지 꽉 차고도 자리가 모자랐다. 주위에서 무엇 때문에 매주마다 성당에 나가느냐고 물으면, 매주 나가고자 노력하지만 잘 지키지 못하는 편이라고 답하면서 다음의 설명을 덧붙인다. 우선, 성당에서는 미사라는 전례를 행하는데, 전례는 크게 말씀(성경)을 나누는 파트와 성체를 모시는 파트가 가장 중요함과 동시에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말씀을 나누는 파트는 성경의 내용을 읽고 신부님의 강론을 듣는 것으로, 위인전을 읽고 라디오로 좋은 이야기 듣는 것과 유사하다. 다음으로 성체를 모시는 파트는 성체를 모시기 전 스스로의 삶을 반성하고 나아가 성체를 모시면서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치기 위한 마음가짐을 다잡는 시간으로, 한마디로 하자면, 자기반성과 자아 성찰의 시간이다. 비슷하게는 템플 스테이 혹은 명상 센터가 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명상은 풍요로운 삶을 위한 필요조건이기에 주기적으로 이를 온전하게 수행할 수 있다면 이러한 목적을 위해 굳이 성당에 다니거나 종교를 가질 필요가 없다. 물론 이외에도 성당은 친교의 장이 되기도 하고, 건물이 예쁘다는 점도 있지만 말이다. 나는 정기적으로 시간을 내어 명상을 하는 위인이 아닐뿐더러, 다른 사람의 명상에서 삶의 힌트를 얻거나 그 자체로 사람을 만나는 것을 선호하여 성당에 다닌다. 확실히 규모가 있는 공간에서 다 같이 명상을 하면 무언가 명상이 더 잘 되는 느낌도 있으므로 만약 궁금하다면 어떤 형태든 종교를 체험해볼 것을 추천한다. 다만, 배타적이고 삶이 풍요로워지기보다는 예속적이게 되는 종교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미사를 마치고 돌아와 성당에서 나눠준 떡을 먹은 뒤(동네에 기념할 일이 있는 듯했다.), 주중에 다녀온 제빵소로 다시 가서 빵과 커피를 즐겼다. 날은 맑았지만 살짝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파도가 거셌기에 저 멀리로 서핑을 하는 사람이 많이 보였다. 대부분의 직장인 또한 그렇겠으나 특히 자영업이나 요식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일관성이 아닐까 싶다. 날씨가 어떻든, 개인사가 있든, 주말이든 공휴일이든 장사를 하기로 적어둔 시간에는 손님이 없더라도 문을 여는 것. 어릴 때에는 이를 지킬 자신이 없어 요식업의 길을 접었다(준비한 적도 없지만 여전히 겨울이 되면 이따금 붕어빵 장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일주일에 다섯 번이나 제때 출근을 해내는 우리는 모두 자기 관리의 달인이다. 지난 대선에서 주 4일 근무라는 공략을 내건 후보가 있었는데 하루 빨리 4일 근무, 3일 근무가 도입되면 좋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네에 새로 생긴 듯한 닭강정 집에 들려 닭강정을 포장해왔다. 위생적이고 양도 푸짐하여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과연 <속초 닭강정>을 이길 수 있을까. 가장 좋아하는 메뉴의 최고 맛집을 찾는 여정은 그 자체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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