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좋아 휴가를 쓰고 드라이브를 하는 상상을 했다. 가끔은 멋진 스포츠카를 타는 것도 좋겠지만 역시나 나의 선택은 양쪽 모두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패밀리카이다. 드라이브의 목적이 속도보다는 관광이기도 하거니와 널찍한 차 안에 누워서 풀벌레 소리를 듣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니 말이다. 우리 부부는 아직 차가 없는데 앞으로도 차를 살 일이 적을 것 같다. 아내는 면허도 없을뿐더러 나 또한 운전을 즐기지 않으며, 더욱이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택시를 타거나 이번 여행처럼 가끔 가족의 차를 빌려 타는 게 경제적이고 또 환경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물론 드라이브를 가려면 자차를 소유하는 편이 여러모로 편리하겠으나 적어도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는 차를 구입할 계획은 없다.
이와는 별개로 유려한 곡선의 자동차는 마치 예술작품처럼 매력적이기에 새로운 자동차가 발표되면 늘 시간 내어 바라보는데, 솟구치는 소유욕과 거대한 대출의 합력이 이끄는 곳은 언제나 중고차 사이트이다. 위의 목적을 이룰, 국내에서 가장 현실적인 드림카는 기아자동차의 카니발로 하이리무진 모델(7인승. 4인승은 대체 누가 탈까?!)이 너무도 끌린다. 결혼식 당일에도 웨딩카로서 해당 모델을 골랐는데 환상적인 날에 무던히도 어울리는 차였다. 중고차 시세는 크게 바뀌지 않아 여전히 큰 금액이었기에 이번에도 마음을 접었지만, 다음 여행에서는 기필코 빌리겠노라 다짐하며 다시 현실로 돌아가 업무에 집중했다.
아슬아슬하게 정시 퇴근을 마치고 아내와 함께 속초의 <문우당 서림>과 <동아서점>을 방문했다. 매력적인 두 서점이 서로 붙어있어 한 번에 방문하기 좋았다. 아내는 동아서점에서 귀여운 일러스트 책을 원했고, 나는 문우당 서림에서 자동차 책을 원했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원하는 책을 선물하였다. 내가 고른 책은 슈퍼카에 관한 것으로, 작년부터 돈 낭비 같아 고민만 하던 것에 오전의 갈증이 더해져 덥석 집어 들었다. 이번 달에는 잠들기 전에 핸드폰 대신 이 책을 조금씩 읽을 예정이다.
양양 해변에는 <헤밍웨이 파크>라고 낚싯배와 해먹, 그리고 그네 등으로 조그맣지만 잘 조성된 공간이 있다. 지난주에는 비가 내려 해먹을 이용하지 못하였는데 오늘은 바싹 말라 슬쩍 몸을 얹어보았다. 해먹에 더 깊이 몸을 내어줄수록 따뜻하고 편안했다. 파도소리와 바다의 짠내음이 섞여 마치 바다 위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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