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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강원도

강원도 양양 보름살이 - 13일차

by 가별 2022.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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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먹은 닭강정이 아른거려 퇴근 후 바로 시내로 향했다. 지난번에 구입한 자동차 책이 다소 실망스러웠기에 그 옆에 진열되어 있던 책을 사고자 먼저 서점에 들렀다. 자동차 책을 사지 않았다면 돈을 아낄 수 있었겠지만 이전부터 갖고 싶던 책을 구입한 덕분에 포장 비닐 속 궁금했던 내용을 알 수 있었고, 사지 않았다면 그저 상상만으로 남겨두어야 했을 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언제나 모든 경험이 보람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모든 경험이 소중한 이유는 배려와 공감을 더욱 진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내가 잠시 다른 코너에서 책을 구경하는 동안 나도 여행책을 살폈다. 세상에는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이 많고, 만약 원하는 노후를 살 수 있다면 정기적으로 여행 잡지를 구독하다가 끌리는 곳을 발견하였을 때 지체 없이 떠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넓은 지구에서 한평생 한 곳에서만 산다는 것은 아쉬우면서도 멋진 일일 것이다. 아직 아내와 한 번도 해외여행을 해본 적이 없는데 코로나가 끝나면 꼭 가까운 나라라도 가보고 싶다.

언제고 한 달 살기를 해볼 수 있을까?


서점에서 나와 구입한 책을 차에 실은 뒤, 시장에는 주차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아내에게 시장까지 걷자고 하였다. 주차가 어렵기보단 아내와 더 걷고 싶었다. 시내 곳곳에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비어있는 상가와 더불어 반쯤 허물어진 건물이 풍기는 분위기가 도시와는 사뭇 달랐다. 백화점 대신 거리를 따라 늘어선 브랜드 의류 매장과 의외의 장소에서 목격되는 웨딩드레스 상점을 보며, 사람들이 왜 그리도 도시에 살고자 하는지 생각했다. 더 넓은 세상.

맹모삼천지교에서 알 수 있듯, 환경은 교육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로써 사람들은 도시로의 이주 혹은 타국으로의 이민을 고려하거나 자녀를 유학에 보내기도 하지만, 환경은 비단 거주지만을 의미하진 않을 테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환경은 아무래도 가정이고,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가정교육은 개인과 사회, 나아가 국가의 앞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토록 중요한 가정교육이지만 우리 주위에 부모가 되기를 연습하는 일은 드물고, 대부분 단 한 번의 시기 동안만 육아를 하므로 노련히 가정 교육을 이루기엔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외부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목을 맬뿐더러, 아무리 가정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져도 가족 못지않게 큰 영향을 미치는 교우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도시로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이 스스로 시대를 읽고 이에 맞추어 장래를 설계하는  사실상 불가하기에 가정이든 학교든 아이에게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거나, 사회 또는 국가가 국민에게 길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경쟁력을 갖추는 움직임은 아무래도 도시에서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므로 도시에서의 삶은 아이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시대를 체험하고 장래를 꾸릴 수 있도록 한다. 육아와 직장, 그리고 편의 시설.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시골에서의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


한때는 민주주의가 굳건히 자리 잡은 국가로의 이민을 꿈꾸었으나 가족과 떨어지는  두려워 포기했다. 살고 있는 곳에서의 민주주의를 잘 가꾸겠다는 다짐 역시도 쉽지 않다. 비록 세상 살이가 고달파도 시장에서 먹는 녹두전과 감자전이 있기에 오늘도 힘을 낼 수 있다. 우리는 두 손 가득 닭강정과 도나스를 사며 시장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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